일은 끝났는데 돈이 들어오지 않을 때
용역이나 프리랜서 계약에서 가장 자주 생기는 문제는 대금 미지급입니다. 일은 이미 끝났고 상대도 결과물을 받아 갔는데 정산만 미뤄집니다. 연락은 점점 뜸해지고 담당자는 바뀝니다.
금액이 크지 않으면 소송까지 갈지 망설이게 됩니다. 변호사 비용이 더 들 것 같고 시간도 오래 걸릴 것 같습니다. 몇 백만 원 때문에 몇 년을 끌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일정 금액 이하의 사건에는 빠르게 진행되는 절차가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 글은 그 절차로 용역비 전액을 인정받은 사건의 기록입니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연출 이미지입니다.
사건 개요 — 법인 상대 용역비 청구
원고들은 법인을 상대로 용역비를 청구했습니다. 청구 금액은 1,925만원이었습니다. 개인이 회사를 상대로 일한 대가를 청구하는, 실무에서 가장 흔한 형태의 사건입니다.
법원은 피고에게 원고에게 1,925만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지연손해금은 지급 기일 다음 날로 볼 수 있는 시점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하도록 했습니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고, 원고는 판결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집행할 수 있도록 가집행이 붙었습니다.
소액사건이 무엇인가요
소송 목적의 값이 일정 금액 이하인 민사사건을 말합니다. 일반 민사소송보다 절차가 간소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변론 기일이 한 번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고, 판결 선고도 변론이 끝난 날 바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변론이 종결된 날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빠르다는 것은 장점이자 부담입니다. 기일이 한 번이라는 말은 그 자리에서 필요한 자료가 다 나와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다음에 내겠다고 미룰 여지가 적습니다. 소장을 낼 때 이미 증거가 정리되어 있어야 하는 구조입니다.
판결문에 이유가 없는 이유
소액사건의 판결서에는 이유를 적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소액사건심판법이 그렇게 정하고 있습니다.
처음 판결문을 받아 보면 당황스러울 수 있습니다. 주문만 있고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누락이 아니라 절차를 빠르게 진행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다만 이유가 적히지 않는다고 해서 심리가 소홀한 것은 아닙니다. 제출된 서증과 주장을 검토한 뒤 결론을 냅니다. 그래서 준비 단계에서 계약과 이행을 증명할 자료를 갖추는 일이 더 중요해집니다.
지연손해금이 왜 연 12%인가요
민사에서 약정이 없으면 연 5%가 기본입니다. 그런데 소송이 제기된 뒤에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더 높은 이율이 적용됩니다.
이 이율은 채무자가 소송을 끌어 시간을 버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입니다. 다투는 데 이유가 없다고 판단되면 소장 송달 다음 날부터 이 비율이 적용됩니다.
받을 금액이 정해져 있어도 언제부터 이자를 계산하느냐에 따라 총액이 달라집니다. 청구 단계에서 기산일을 어떻게 잡을지가 실질적인 차이를 만듭니다.
기산일은 계약에서 정한 지급 기일이 기준이 됩니다. 지급 기일을 정하지 않았다면 이행을 청구한 시점부터 계산합니다. 그래서 대금을 달라고 요구한 기록, 예를 들어 내용증명이나 문자 한 통이 나중에 이자 계산의 출발점이 됩니다. 구두로만 독촉하고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그 기간만큼 이자를 받지 못합니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연출 이미지입니다.
가집행이 무엇인가요
판결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집행할 수 있도록 하는 선언입니다. 상대가 항소하면 확정까지 시간이 더 걸리는데, 그동안 기다리지 않고 집행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금전 지급을 명하는 판결에는 대체로 붙습니다. 다만 나중에 상급심에서 결과가 달라지면 받은 것을 돌려주어야 하므로, 집행 시점과 방법은 상황을 보고 정합니다.
미수금 사건에서 가집행은 실질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상대가 시간을 끌 목적으로 항소하는 경우, 확정을 기다리다 보면 그 사이 재산이 정리되어 회수가 어려워집니다. 집행할 수 있을 때 하는 것이 회수 가능성을 지키는 방법입니다.
전부 인용은 무슨 뜻인가요
청구한 내용이 그대로 받아들여졌다는 의미입니다. 이 사건의 판결 주문은 청구 취지와 같았습니다.
민사소송에서는 일부만 인정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금액이 깎이거나 이자 기산일이 늦춰집니다. 전부 인용이 나오려면 청구 금액의 근거와 지급 시점이 자료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청구 단계에서 금액을 부풀리면 그만큼 깎일 가능성이 커집니다. 받을 수 있는 금액을 정확히 계산해 청구하는 편이 결과적으로 유리합니다. 인정되지 않은 부분만큼 소송비용 부담도 나뉘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증명해야 하나요
상대가 대금을 미루는 이유는 대개 셋 중 하나입니다. 돈이 없거나,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거나, 애초에 그런 계약이 아니었다고 다투는 것입니다. 앞의 둘은 지급 의무 자체를 부정하지 못하지만 마지막은 다릅니다.
용역비 청구에서 다투어지는 지점은 대체로 정해져 있습니다.
- 계약이 있었는지 — 계약서가 없다면 견적서, 발주서, 메신저 대화
- 일을 실제로 했는지 — 산출물, 납품 확인, 검수 기록
- 얼마를 받기로 했는지 — 금액과 지급 시기를 정한 자료
계약서가 없어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문자와 메신저 기록만으로도 계약 내용이 인정되는 사건이 적지 않습니다. 대화를 지우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상대가 결과물을 받아 실제로 사용했다는 정황은 강한 자료가 됩니다. 납품한 파일을 회사 자료에 반영했거나, 완성된 결과를 대외적으로 공개했거나, 추가 작업을 요청한 기록이 그렇습니다. 계약이 없었다고 다투면서 결과물은 쓰고 있는 상황은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상대가 법인이면 무엇이 다른가요
법인을 상대로 할 때는 등기사항증명서로 대표자와 본점 소재지를 확인합니다. 송달이 되지 않으면 절차가 지연되므로 주소를 정확히 잡는 일이 먼저입니다.
판결을 받은 뒤 집행 단계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법인 명의의 예금이나 매출 채권을 대상으로 삼게 되므로, 거래 관계를 알고 있다면 회수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일하는 동안 알게 된 정보가 여기서 쓰입니다. 어느 은행을 주거래로 쓰는지, 어떤 거래처에서 대금을 받는지, 사무실이 자가인지 임차인지 같은 것들입니다. 소송을 시작하기 전에 이런 내용을 정리해 두면 판결 이후 움직임이 훨씬 빨라집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자료부터 모으십시오
미수금은 시간이 지날수록 회수가 어려워집니다. 다음에 해당한다면 정리를 시작할 시점입니다.
- 정산 약속이 두 번 이상 미뤄졌다
- 담당자가 바뀌었거나 연락이 닿지 않는다
- 상대 회사의 자금 사정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소액사건은 절차가 빠른 대신 준비가 부족하면 그대로 결론이 납니다. 계약 경위와 이행 사실을 보여줄 자료를 먼저 모아두시면, 금액이 크지 않더라도 충분히 정리할 수 있는 사건이 됩니다. 금액이 작다는 이유로 넘어가면 같은 일이 다음 거래에서 반복됩니다.
